아침의 지하철엔 사람이 넘쳐났다. 역 안에 벤치에 앉은 찬열은 누구를 찾는 지 연신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찬열은 백현을 찾고 있었다. 아무래도 데리러 갈 걸 그랬나. 사회성을 길러주기 위해서는 가끔씩 혼자 다니기도 해야한다는 말을 듣고 역에서 만나기로 한 거였는데... 아직 약속 시간이 조금 남았건만 보이지 않는 백현의 모습에 찬열이 괜히 초조했다. 또 누...
늦은 밤 책상 앞에 앉은 찬열은 끙끙 대고 있었다. 책상 위에는 작은 비즈알들이 놓여있었다. 정신을 집중하는 의미에서 숨을 깊게 들이쉰 찬열이 책상 위 비즈를 한 알 잡았다. 얇은 실에 비즈를 한 개, 한 개 꿰기 시작한다. 몇 개나 넣었을까 실에서 비즈 후드득 떨어진다. 성질 같아서는 그냥 확 집어던지고 싶은데 눈물 흘리던 백현의 얼굴이 아른거린다. 투박...
찬열은 열이 올랐다. 이마나 볼에 굳이 손을 대지 않아도 열기가 느껴지는 걸 알 수 있을만큼. 사람들이 말하던 피가 거꾸로 솟는다는 게 이런 거구나. 찬열은 심각해진 제 표정에 다가와 무슨 일이냐며 묻는 보나를 모른 척하고 떨리는 손으로 문자함에 들어갔다. 귀찮아서 바로 지우지 않은 게 다행이었다. 얄미운 11자리 번호를 꾸욱 누르니, 잠시 통화음이 가다가...
급식시간, 휴대전화를 만지작거리느라 밥도 먹는둥 마는둥하는 찬열을 백현이 힐끗 바라봤다. 또 휴대전화를 만지고 있다. 또 찬열이가 핸드폰이를 만지구 있어... 백현의 눈꼬리가 한없이 쳐진다. 찬열이 무슨 일을 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요즘 백현은 왠지 모르게 밥맛이 없다. 힝, 맛업떠... 백현이 젓가락으로 밥을 헤집어 놓는다. 찬열이 고개를 들어 백현을...
“차녀라...” “왜?” “나 입술에 아이스크림 무더써...” 찬열을 부른 백현이 아이스크림(씨발, 하필이면 고른 것도 바닐라다! 바닐라!)이 묻은 제 입술을 찬열에게 들이밀었다. 얘, 얘, 얘가 왜 이래? 코앞에 훌쩍 다가온 백현의 얼굴에 찬열이 얼굴을 붉혔다. 점점 다가오는 백현을 밀어낼 생각은 못하고 주춤주춤 뒤로 물러날 뿐이었다. 달큰한 향기가 점점...
요즘 찬열은 대부분의 시간을 거의 백현과 함께 보내고 있었다. 아니, 내가 요즘 왜 이러는 거지? 누구네 집에 가서 밥을 먹고, 잠을 자고할 만한 사람이 아닌데. 부러 차갑게 하려다가도, 백현이 눈꼬리를 축 늘어뜨리고 우는 시늉 몇 번 하면어느새 백현의 페이스에 말려있다. 얼렁뚱땅 어제도 백현의 집에 갔다가 그대로 등교한 찬열이었다. 내가 진짜 미쳤나봐. ...
찬열이랑 백현이는 여러 번의 첫키스를 나눴던 밤 이후로 묘한 사이가 됐어. 사귀자고 말은 안했는데 찬열이네 오면 언제나 둘이서 착 달라붙어 있었어. 백현이가 오자마자 찬열이가 뒤에 딱 붙어서 백현이를 끌어안고는 했지.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가 끝에는 항상 야릇한 분위기가 형성되는 거야. 입을 맞추면 찬열이가 백현이 몸 여기저기를 은근한 손길로 만졌어. 귓불을...
찬열은 한국에서 몇 없는 S급 센티넬이야. 가이드는 센티넬과 급이 같거나 높아야하는데, 가이드는 개체수가 센티넬보다 적어. 자연적으로 태어나는 가이드와 센티넬의 수는 비슷하겠지만, 가이드는 잘 드러나지 않으니까. 자연히 급이 높은 센티넬일수록 가이드 찾는 게 어려웠지. 찬열이네 집안에서는 찬열이와 맞는 가이드를 찾아주기 위해서 몇 년 동안 애를 썼어. A급...
장을 본 것을 정리한(정리라고 할 것도 없었다. 사실 서랍과 냉장고에 쑤셔넣었다가 정확한 표현이겠지.) 찬열은 집에서 가사도 쓰고 피아노도 뚱땅거리다가 그마저도 손에 안 잡혀 결국 침대에 누워버렸다. 침대에서 뒹굴거리며 몇 번이고 시계를 힐끗거린다. 아씨, 오늘은 시간 왜 이렇게 안가냐. 폰게임을 껐다켰다를 반복하던 찬열이 5시 30분이 된 걸 보고 옷을 ...
토요일 새벽, 백현은 일어나자마자 기분이 너무나도 좋았다. 엄마, 아빠, 형아만큼 좋은 찬열이 꿈에 나왔기 때문이었다. 백현의 꿈에서 두 사람은 케이크를 함께 나눠먹고, 손을 잡고 형형색색의 구름 위를 함께 걸었다. 함께 걷다가 지치면 백현이 좋아하는 폭신하고 노오란 구름 위에 앉아서 솜사탕 같은 구름을 뜯어먹었다. 입안에서 사르르 녹던 달콤한 구름이 맴도...
민석은 18년 인생의 가장 큰 고비에 서있었다. 제 손에 쥐어진 공때문에. 아, 백현이만 맞추면 우리 팀 승린데. 체육수업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아직도 짝피구는 끝날 기미가 안보였다. 아니 30분 넘게 짝피구 겨우 한판 하는 게 말이 되요? 빠르면 10분이면 끝나는 짝피구를 이렇게 길게 하게 된 건, 오늘 집안 사정으로 제 짝이 안온 터라 백현의 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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